7월 4일 저녁
태국여행을 시작한 지도 벌써 6일째, 태국 북부 일정이 마무리되어 간다.
나에게 치앙라이란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4성급 치앙라이 헤리티지 호텔은 규모가 꽤 컸다.
객실도 넓어 여유 공간이 충분했다.
그랜드 볼룸도 있고 큰 크기의 수영장도 있다.
그동안 작은 호텔을 이용하느라 운동을 못했는데 이제부터는 운동도 할 수 있었다.
방콕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치약 칫솔 어메니티가 북부 지방에서는 기본 패키지로 있어 편리했다.
화장실도 깨끗 깔끔!
뜨거운 물도 잘 나오고 2박 지내기에 편안했다.
골프 시즌에는 골프 단체 손님이 많다고 들었는데
실제로도 한국 중년의 단체 손님이 꽤 보였다.(골프 관광객인지는 확인하지 못하였다.)
헬스장도 머신이 많지는 않지만 있을 건 다 있다.
오히려 트레드밀이 좋은 제품이라 여러가지 기능이 있더라. 다 이용해 보지는 못했다.
야외 수영장은 가장 깊은 곳이 1.4미터 정도였고 아이들이 놀 수 있게끔 가장 낮은 곳은 0.8미터였다.
그보다 더 작은 아이들을 위한 풀장도 따로 마련되어 있어 가족들이 함께 이용하기에 좋아 보였다.
수영장 곳곳에 플랜지파니 나무가 있었고 하얀 꽃이 만개하고 있었다.
처음 수영을 하는데 어디선가 향긋한 향기가 나서 물에다 향을 타 놓은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 꽃이 내는 향기더라.
꽃이 물에 떠 있는 모습이 너무나 예뻐서 사진으로 남겨 보았다.
물 위로 떨어지는 플랜지파니 꽃을 보고 있노라니 (나이가 들었나) 참 기분이 좋았다.
근처에서 마사지를 받고
이때 같이 간 형은 마사지사에게 2차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기분이가 별로였음)
퇴폐업소가 아니었고 한국인 리뷰도 평이 좋은 곳이었는데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직도 미스터리..
기분 전환 겸 호텔 1층 카페에 들렀다.
간단히 아이스크림만 먹으려다가 크로와상을 발견했고
타이 티와 쇼콜라 크로와상을 주문했다.
호텔이라 그런지 서비스도 좋고 주문받는 직원이 굉장히 친절했던 기억이 난다.
카페 이름은 Library
도서관처럼 꾸며 놓은 카페인데 정말 넓었다.
달달이 + 달달이 = 맛있음
진짜 맛있었다. 사르르 부드러운 초콜릿 필링을 먹으니 이것이 행복이었다.
(모기가 있으니 모기 주의!)
7월 5일
역시나 아침 조식을 먹는다. 매번 먹을 때마다 맛있어 ㅎㅎ
근데 아침 조식을 먹으면 점심에 그다지 배가 고프지 않는다.
이 미식의 나라에서 세 끼니를 챙겨 먹지 못하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귀국할 때까지 하루 세끼는 무리였다.)
오늘은 렌터카를 타고 태국 북부 투어를 다녀보려고 한다.
백색 사원 > 황금의 삼각주 > 추이퐁 농장 > 숙소 복귀 일정이다.
1. 렁쿤 사원(백색 사원, White temple)
"현대 미술 작품을 보는 것 같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날씨는 화창하지 않고 많이 흐렸다.
흐린 날씨 덕에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사원과 잘 어울렸다.
입장권(100바트)을 끊고 입장하니 온통 백색의 사원이 눈에 들어온다.
옷 규정은 있지만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다.
사원이라기보다는 관광지로 인식하고 있는 걸까?
문득 유럽 여행할 때가 생각났다.
이번에는 참 사원을 많이 들렀는데 유럽에서 어느 지역을 가던 성당이나 오래된 교회에 들렀던 게 생각이 났다.
역시 불교 국가 ㅎ
온통 하얀색이라 정신이 나갈 것 같기도 했다.
본 건물로 가는 길 옆으로 지옥을 형상화 한 손 조형물이 있다.
많이 힘들어 보이는 손짓...지옥은 가지 말아야겠다.
이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 누군가 장난을 한 것인지
가운데 손가락만 편 손에 빨간 매니큐어가 눈에 확 들어왔다.
뻐큐 먹으라는 건가
살짝 기분이 나빠질 뻔했다 ㅎㅎㅎ
절규하는 손을 지나 사원을 지나 본다.
참 화려하다.
온통 하얀색이라 심심한 모양일 것이다 예상했는데
하얀색 틈틈이 유리 재질을 박아 놓아 화창한 날씨에는 금 씌운 사원만큼이나 번쩍번쩍할 것 같다.
약간 한 땀 한 땀 장인정신이 느껴지기도...
다른 사진도 좀 더 구경해 보시라
내 사진은 좀 부끄러우니까 작게 올리고 ㅎㅎ
라바콘 디자인도 신경 써서 만들어 놓았다.
은근히 섬세하단 말이지 ㅋㅋ
인위적인 조형물이지만 예술 작품으로는 꽤나 볼거리가 있었다.
불교를 잘 몰라 그 안에 있는 의미는 찾아낼 순 없었지만 보는 재미가 있었다.
다음!
2. 황금의 삼각주(Golden Triangle)
렁쿤 사원을 보고 북쪽으로 1시간 30분 정도 달려
태국, 미얀마, 라오스 세 나라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 황금의 삼각주에 왔다.
메콩 강을 사이에 두고 세 나라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것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육로로 국경을 건널 수 없는 대한민국 사람에겐 생소한 곳이기도 했다.
내가 서 있는 곳이 태국, 오른쪽이 라오스, 길게 삐져나온 곳이 미얀마다.
이 국경 지대에도 댕댕이는 쿨쿨
태국은 집 없는 개나 고양이에게 친절한가 보다
애들이 사람이 와도 도망가지 않는다.
이쪽은 라오스 쪽인데 최근에 중국 자본의 힘을 얻어 카지노나 리조트 사업이 한창이라고 한다.
여기까지 오는 차창 밖으로 거대한 리조트가 세워지고 있는 것을 몇 번이나 목격했다.
반면 미얀마는 그냥 허허벌판,,,개발이 안되고 있는 걸까 안 하는 걸까
국경 포인트가 있는데 그냥 보면 모르고 지나칠 듯
아까 거기는 뷰 포인트였고
여기는 밑으로 내려와(상점이 있는 곳) 볼 수 있는 곳이다.
색깔에 바래지 않은 거 보니 비교적 새 건가 보다 ㅋㅋ
점심 먹으러 가자
골든 트라이앵글 바로 근처에 있는 식당을 찾았다.
ร้านอาหารป้าหลง Aunt Long Restaurant / 롱 이모네
지도의 위치로 가 보면 허름한 가게가 하나 나온다.
겉보기엔 별로일 것 같았다.
다른데 찾아볼까 생각하다가 구글 평점도 나쁘지 않아 들어가 보았다.
참고!
식사하면 화장실 이용 가능하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50바트짜리 유료 화장실도 있는데
식사 예정이면 여기서 밥 먹고 화장실 이용하는 것도 좋을 듯.
메콩 강과 3국의 국경을 바라보며 식사 가능하다.
한량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그냥 무념무상 ㅋㅋ 일단 주문부터 하자.
치킨과 돼지고기 볶음, 팟타이, 밥 작은 거(시켰었나?)를 주문했다.
어릴 적 먹었던 후라이드 치킨 맛을 머나먼 태국에서 그것도 국경 지역에서 먹다니
굉장히 신기하고 재밌었다. 그리고 맛있기까지
케첩과 칠리소스를 주는데 찍어 먹으니 또 그게 별미더라.
엥 갑자기 한글이 등장해서 약간 놀랐지만
태국 로컬 소주 브랜드인가 보다. 소주잔에 태국 3대 조미료 설탕, 식초, 고춧가루를 준다.
팟타이가 정말 환상적인 맛이었다.
가격도 저렴한데 양도 많았고 큰 배춧잎에 각종 채소와 땅콩, 라임을 얹어 주는데 고급 레스토랑 부럽지 않았다.
3. 추이퐁 농장(Choui Fong Tea Plantation)
제주도에 오설록 녹차밭이 있다면
치앙라이에는 추이퐁 녹차밭이 있다.
배는 부르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여러 가지 맛보고 싶어 케이크와 녹차 빙수, 따뜻한 차를 두 잔 주문 해 보았다.
하늘은 맑고 녹차는 푸르르고 여유를 만끽하며 달콤한 디저트를 먹었다.
이렇게 오늘의 일정을 다 보내고 다시 숙소에 돌아오며 맡겨 놓았던 빨래를 찾았다.
티셔츠 바지 할 것 없이 한 장에 5바트 였는데 총 155바트 지불했다.
따뜻하게 온기가 남아 있는 건조된 빨래는 항상 기분이 좋지 ㅎ
돌아오는 길에 센트럴 페스티벌 치앙라이에 들렀다. 소화도 시킬 겸 구경도 할 겸
그리고!!
그렇게 치앙라이 투어를 한 날은
10월에 있을 보아의 콘서트 예매 날이었다.
출국 전부터 조마조마 인터넷 느려서 괜찮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법, 도전이라도 해봐야지
치앙라이 쇼핑센터 한 구석에 앉아 대기했다.
오후 8시니까 여기 시간 6시에 접속하면 되는 거지?라는 생각으로 6시가 되지 마자 새로고침!!
하지만 예매하기 버튼이 활성화되지 않는다.
뭐지?! 뭐지?!!!!!
.
.
.
.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이미 내 자리는 없을 것만 같고 ㅜㅜㅠㅜ
좌절하는 순간
아! 휴대폰 시간을 수동 설정 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정답이었다. 서울 시간으로 수동으로 맞추니 활성화되어 있는 예매 버튼,,,
지체할 시간이 없다. 얼른 어디라도 잡아야 한다. 초 집중력을 발휘해서 토요일, 일요일 모두 한 자리씩 잡았다.
플로어석 하나, 1층 석 하나(1층 석은 나중에 취소표로 플로어석 VIP석으로 변경됨)
긴 하루를 보내고
하루를 마무리하기 아쉬워 야간 혼자 야간 수영을 가 보았다.
조명이 끝내줌.
야간 수영은 수영장에 따라 좀 무섭기도 한데 여기는 물이 깨끗하고 밝아 무섭지는 않았...처음에는
30분 정도 수영을 즐기고 있는데 주변 나무 숲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수영장이 밝으니 오히려 더 어두워 보이는 수풀 속
좀 무섭지만 뽕 뽑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물에 떠다니고 있는데
푸다닥 퍼더덕 하는 소리가 건물 쪽에서 들린다.
순간 휙 돌아보니 커다란 박쥐 한 마리가 날개를 펄럭이며 반대편 수풀 속으로 활공 비행,,,,
와,,,겁나 무서워 후덜덜
박쥐 그렇게 큰 거 첨 봤어 ㅋㅋㅋ
기리곤 호다닥 물에서 허겁지겁 나와 방으로 돌아와 (피곤했는지) 기절해서 잤다는 오늘의 여행기...끝!